렛 미 인 (Lat Den Ratte Komma In, 2008)

매혹적인 소녀 흡혈귀의 이야기라고 하기엔 핏빛이 너무 날 것처럼 비릿하다.
여자의 눈에 비친 산발한 잿빛 머리칼의 12살(실제로는 더 많겠지만...) 소녀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차라리 소년의 금발과 흡혈귀 못지 않은 창배감이 더 아름다웠다고나 할까?
하지만 12살 아이들의 배드씬이라 보기엔 너무나도 유혹적이다.
아이들의 곡선없는 밋밋한 체형으로도 그렇게 에로틱한 느낌이 전체적으로 끈적하게 배어나오다니...
카메라 앵글의 효과인지, 두 배우의 눈빛의 힘인지, 감독의 연출인지 상당히 인상적이다.
사지가 찢겨나가는 잔인한 장면속에서 해맑게 웃는 소년, 소녀의 모습은
충격적이라고 해야할지, 전쟁터같은 곳에서 평정을 유지하는 느낌이랄지...
도저히 정의내리기 힘든 마지막 장면이었다.
12살은 선과 악을 어떤 식으로 구분하는 것일까?
후반부에 친구의 복수를 하러온 중년의 사내가 소녀에게 공격당해 물어뜯기고 있을 때,
조용히 문을 닫아주던 소년의 고요한 표정이 답해주는 건 아닐런지... 

by 다년초 | 2009/05/14 03:11 | 소소한 일상 | 트랙백 | 덧글(1)

감정에 미치다, 늘상...

요즘은 전철에서 멍하게 있기보다 이것저것 끄적거리는 일이 많아졌다.
당연지사 과거의 경험들이 대부분 머리 속을 휘젓고 다닌다.

나란 인간은 연애만 시작하면 미쳐버린다.
앞뒤 재지 않고 상대방에게 빠져드는 습관(이걸 정말 이 단어로 정의하는게 맞는건가?)때문에
손해가 이만저만하지 않다.
잠깐이라도 상대방의 연락이 뜸하기라도 하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져서 우울증에 공허감에 짜증까지...
평소에 사람좋다고 실실 웃던 나는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고
신경질적이고 음울한 우울증환자로 전락하고 만다.
이런 버릇때문에 사랑(혹시 집착은 아닐런지...)은 늘 의심의 대상이 되고
(이렇게 행동하면서 네가 날 사랑한다는 류의 질문들...)
나 자신은 음울하 오오라에 감싸여 도무지 벗어날 기미가 없는 것이다.

어떤 날은 조증에 겨워(사실 이런 날은 며칠에 불과하지만)
어떤 날은 울증에 파묻혀 세상 다 잃은 듯이 괴로워하고 있으니
연애는 하는 나 자신도 주변도 지쳐서 짧은 연애를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조급증과 제풀에 지치 분노에 휩싸여 이별을 경험하고 나면
이 다음 연애는 이성으로 충만해서 계획성(?)있게 하리라 다짐하지만 역시나 그때뿐이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볼때 어린 시절의 애정결핍증에 대한 결과는 아닐가 유추해보지만
(솔직히 이 세상에 충만한 애정으로 넘쳐나는 사람이 어디 있으니 애정결핍아닌 사람은 또 어디 있겠는가?)
솔직히 나란 인간의 근성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깊은 연애도 못해보고, 이별의 나락에서 허우적거리지도 못해서
감정의 밑바닥을 모르기 때문에 겪는 시행착오는 아닐까 하고 자신을 위로해보지만...
이런 시행착오를 겪기엔 이미 중년(?)이 되어버린 나이에 웃음이 나는 건 왜일까?
언제쯤 질척거리는 감정에서 벗어나 남들이 말하는 소위 쿨하다는 연애를 하게 될까?
어쩌면... 환갑쯤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설마 노년의 나이에도 감정이 날 것처럼 살아서 꿈틀거리지는 않겠지.

세상엔 처음부터 감정적이란 단어에 큰 느낌표가 서너개 붙은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이 있는 건지도 모른다.
(설마 나만 그렇다면 크게 맘상할지도...)
연애에 실패하는 유전형질이라거나,
어떤 상대건 빠져드는 유전형질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나를 사로잡는다.

10대엔, 그리고 20대엔 감정적인 부분에 통제가 더 쉬웠었나?
이별이란 환상에 겨워 위아파서 며칠굶은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역시 태어나면서 연애에 불완전한 유전형질을 갖고 나온거다.

사랑한다는 건 늘 질척거린다.
온 마음을 다했건, 일부만 던져놓았건 상관없이...
일단 닿기만 하면 통째로 휩쓸리는 인간이 나인거다.
젠장, 대체 어떻게 되먹은 인간이람.
공부를 그렇게 휩쓸리면서 했더라면 나라를 구했을 텐데... 참내...

2009. 1. 6. 화. 전철에서 수다떠는 연인들을 바라보며 회상에 잠기다.

by 다년초 | 2009/05/14 01:49 | 사랑, 그 흔한 말 | 트랙백 | 덧글(0)

연애라는 게임...

누군가는 연애를 게임으로 비유한다.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갈리고 2등이란 등급조차도 없으며
승자는 모든 것을 가지게 되고 패자는 아무것도 남지않는 그런 게임...
("맘마미아"의 밝은 노래 중에 유독 슬픈 메릴 스트립이 부르던"The Winner Takes It All ")
상대방에게 진심을 주고 사랑을 주는데 지게 되는 게임이라니 연애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혹자들은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은 후회가 없다고 말한다.
언제나 더 사랑하는 사람은 종종거리며 조바심치게 되고,
이별이란 종착점이 다가왔을 때 혼자서 그 아픔을 견디게 된다.
사랑이란 감정소모를 더 많이 한 사람이 이별에 더 많이 힘들고 더 많이 아픈게 당연하지 않을까?
예정되지 않을 이별일 경우엔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힘들겠지.

처음에 외로워서 사랑을 시작하고...
사랑을 해도 외로운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되고...
어릴 때는 외로운 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이별을 택했고...
지금은 사랑은 그리움의 이면에 외로움을 포함한다는 걸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여전히 사랑하는데도 외롭다는게 진절머리가 난다.
누군가 곁에 있어도 외롭고, 아무도 없어도 외롭다면 도대체 어떤 게 자신에게 올바른 걸까?
나이가 들수록 상처받고 아픈게 끔찍하게 싫어진다.
다시는 이 상처를 극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린다.
이별도 이만큼 연습했으면 무뎌져야하는데 아직도 연습이 더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아직 상처가 되기 전에 그만둬서 다행이라고...
하지만 그 사람은 생각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벌써 상처가 되버린 그 아픔을 더 크게 하고 싶지 않다고...

2009. 1. 2. 금. 전철안에서 궁시렁거리다.

by 다년초 | 2009/05/10 14:10 | 사랑, 그 흔한 말 | 트랙백 | 덧글(2)

2008년 마지막 날...

올해는 나이에 맞지 않게 방황을 많이 한 시간이었다.
어떤 때는 너무 쉽게 내린 결정때문에 누군가를 잃었고,
어떤 때는 이미 결정을 내리고도 행동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 자신을 잃었다.
돌이켜보면 후회만 남는 시간이었다.
후회하면서 또다시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고...
실수로 인해 배운 경험을 헛되이한 시간이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2008년의 마지막 날...
오늘이 지나가고 새로운 해가 오는게 마음이 놓인다.
새로운 시간에 새로운 나 자신으로 태어날 것을 믿기 때문이다.
올해의 큰 실수들이 내 마음에 박혀서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지겨운 2008년 아듀~!!!

by 꽃순이언니 | 2008/12/31 18:16 | 소소한 일상 | 트랙백 | 덧글(1)

더운 여름의 사랑...

여름은 뭐든 혼자 하기 좋은 계절이다.
누군가 옆에 있기엔 땀나고 덥고 귀찮고 신경쓰이는 시간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에도 귀찮은 습기 가득하고 뜨거운 시간...
마주 잡은 두손에 땀이 가득 배여도 그 손을 놓고 싶지 않다면,
사소한 신경질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면,
조금씩 행복한 인연이 시작되는게 아닐까?
사랑은 작은 것부터 다르게 생각하는 감정의 형태 아닐까?
이 더운 여름에 잡고 싶은 손이 있다면, 잡고 있는 손이 있다면...
그 손을 놓지 말기 바란다.

by 꽃순이언니 | 2008/08/20 16:45 | 사랑, 그 흔한 말 | 덧글(0)

적당한 감정 소모...

사랑이란 감정을 나누는데 적당하다는 정도가 얼마만큼일까?
주변에서 적당한 사람만나 적당하게 사귀다 때되면 결혼한다는 사람을 많이 본다.
그런 사람들한테 죽을 만큼 아프다거나,
잊지 못해 미친다거나하는 사람은 외계인처럼 여겨지기 마련이다.
이 적당한 감정의 정도를 알 수 가 없어서
늘 죽을 만큼 허우적거리는 나로서는 참 괴로울 뿐이다.
가끔은 적당한 감정 소모를 하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버릴 만한 사랑을 만나서 죽도록 아팠음 좋겠다.
나쁜 바램같지만 그 사람들이 그랬음 좋겠다.
감정 소모에 인색한 모든 사람들이
이 여름같기도 하고 가을같기도 한 봄이 지나기 전에
모든 감정을 송두리째 던질만한 그런 사랑했음 좋겠다.
잔인한 4월을 보내면서 많은 생각들이 든다.

by 꽃순이언니 | 2008/04/30 23:41 | 사랑, 그 흔한 말 | 트랙백 | 덧글(0)

손가락을 베이다

나이가 많이 들었는데도 여전히 칼질은 서툴다.
조심조심해야지 하는데도 잠깐 사이에 피가 뚝...
처음엔 놀라서 아무 소리 못하고
나중엔 아픈데다 챙피해서 아무 소리없이 꾹 참아버렸다.
이제 어른(?)이니까 잘참은 게 아니라
아프다고 엄살부릴 때를 놓쳤다.

어릴 때는 사랑에 상처받았을 때 아프다고, 아파서 죽겠다고 난리쳤는데...
시간이 지나고 난리친 일 때문에 자존심이 상해서 죽겠다고 난리쳤었다.
이젠 상처를 다른 사람한테 감추려고 너무 꾹꾹 눌러둬서 아프다는 말할 때를 놓친다.
아플 때는 아프다고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자꾸 그 때를 놓친다.
나 지금 너때문에 너무 아프다고 해야하는데...
상처를 준 그 사람한테조차 상처를 감추느라 아프다고 못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 내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되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을까?

by 꽃순이언니 | 2008/04/15 23:51 | 소소한 일상 | 트랙백 | 덧글(1)

비가 오네...

오늘은 선거일이었고...
투표하러 가보니 사람들이 적었고...
젊은 사람들의 선택이 옳을지 나이든 사람들의 선택이 옳을지...
아마 백년 아니, 10년만 지나면 알 수 있을테고...
말줄임표의 시간이다.

지루하고 지루할 때 사람에 대해 생각해본다.
사람을 믿어야 하나?
매번 실망을 안겨주는데도?
사람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하는데
요즘 우리 나라 사람들은 그저 생각없는 갈대일 뿐...

다른 이를 탓해서 뭘하겠나?
나 스스로 먼저 나서서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평일 뿐...

by 꽃순이언니 | 2008/04/09 17:55 | 소소한 일상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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