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미치다, 늘상...

요즘은 전철에서 멍하게 있기보다 이것저것 끄적거리는 일이 많아졌다.
당연지사 과거의 경험들이 대부분 머리 속을 휘젓고 다닌다.

나란 인간은 연애만 시작하면 미쳐버린다.
앞뒤 재지 않고 상대방에게 빠져드는 습관(이걸 정말 이 단어로 정의하는게 맞는건가?)때문에
손해가 이만저만하지 않다.
잠깐이라도 상대방의 연락이 뜸하기라도 하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져서 우울증에 공허감에 짜증까지...
평소에 사람좋다고 실실 웃던 나는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고
신경질적이고 음울한 우울증환자로 전락하고 만다.
이런 버릇때문에 사랑(혹시 집착은 아닐런지...)은 늘 의심의 대상이 되고
(이렇게 행동하면서 네가 날 사랑한다는 류의 질문들...)
나 자신은 음울하 오오라에 감싸여 도무지 벗어날 기미가 없는 것이다.

어떤 날은 조증에 겨워(사실 이런 날은 며칠에 불과하지만)
어떤 날은 울증에 파묻혀 세상 다 잃은 듯이 괴로워하고 있으니
연애는 하는 나 자신도 주변도 지쳐서 짧은 연애를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조급증과 제풀에 지치 분노에 휩싸여 이별을 경험하고 나면
이 다음 연애는 이성으로 충만해서 계획성(?)있게 하리라 다짐하지만 역시나 그때뿐이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볼때 어린 시절의 애정결핍증에 대한 결과는 아닐가 유추해보지만
(솔직히 이 세상에 충만한 애정으로 넘쳐나는 사람이 어디 있으니 애정결핍아닌 사람은 또 어디 있겠는가?)
솔직히 나란 인간의 근성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깊은 연애도 못해보고, 이별의 나락에서 허우적거리지도 못해서
감정의 밑바닥을 모르기 때문에 겪는 시행착오는 아닐까 하고 자신을 위로해보지만...
이런 시행착오를 겪기엔 이미 중년(?)이 되어버린 나이에 웃음이 나는 건 왜일까?
언제쯤 질척거리는 감정에서 벗어나 남들이 말하는 소위 쿨하다는 연애를 하게 될까?
어쩌면... 환갑쯤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설마 노년의 나이에도 감정이 날 것처럼 살아서 꿈틀거리지는 않겠지.

세상엔 처음부터 감정적이란 단어에 큰 느낌표가 서너개 붙은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이 있는 건지도 모른다.
(설마 나만 그렇다면 크게 맘상할지도...)
연애에 실패하는 유전형질이라거나,
어떤 상대건 빠져드는 유전형질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나를 사로잡는다.

10대엔, 그리고 20대엔 감정적인 부분에 통제가 더 쉬웠었나?
이별이란 환상에 겨워 위아파서 며칠굶은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역시 태어나면서 연애에 불완전한 유전형질을 갖고 나온거다.

사랑한다는 건 늘 질척거린다.
온 마음을 다했건, 일부만 던져놓았건 상관없이...
일단 닿기만 하면 통째로 휩쓸리는 인간이 나인거다.
젠장, 대체 어떻게 되먹은 인간이람.
공부를 그렇게 휩쓸리면서 했더라면 나라를 구했을 텐데... 참내...

2009. 1. 6. 화. 전철에서 수다떠는 연인들을 바라보며 회상에 잠기다.

by 다년초 | 2009/05/14 01:49 | 사랑, 그 흔한 말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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